봄비
겨울 끝자락, 얼어 있던 시간 위에
봄비가 살며시 발을 얹는다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노크하듯 부드럽게 두드리며
처마 끝에 맺힌 한 방울은
오래 품어온 그리움의 인사이고
꽃잎 위에 내려앉은 빗방울은
미처 건네지 못한 말처럼 반짝인다
메마른 들판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뿌리들은 촉촉한 꿈에서 깨어나
흙냄새 속 작은 생명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켠다
산은 연둣빛 숨을 내쉬고
강물은 더 부드러운 이야기를 흐르게 한다
세상은 빗줄기마다 봄이라는 이름을 적어 넣는다
말없이 내리는 이 비 속에
다정한 온기와 새로운 시작이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