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
창밖에 장마비가 내리자
유리창 틈으로 시간이 젖어 들어온다.
가슴 깊이 쌓여 있던 지난날들이
곰팡이처럼 천천히 숨을 틔운다.
기억들은 다리가 달린 물방울이 되어
머리 위로 조용히 기어오르고
이름 잊은 얼굴 하나
천장에 매달려 나를 내려다본다.
빗소리는 내 심장을 대신 두드리며
어제의 나를 오늘로 밀어 넣고
젖은 시간 속에 서서
비가 나를 기억해내길 기다린다.
흐릿해진 창 너머로
지워진 계절 하나가 손을 흔들고
나는 그 손을 잡지 못한 채
젖은 이름으로 다시 불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