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나무는 마지막 잎새를 내려놓고
맨몸으로 겨울 하늘을 마주한다.
초록의 소음이 사라진 자리,
침묵은 더욱 깊어진다.
입동은 성장을 멈추는 계절이 아니라
뿌리로 생명을 모으는 시간.
찬바람이 겨울을 부르면
김장 냄새와 연기가 마을을 덥힌다.
상실이 아닌 간직,
불씨를 품어 봄을 준비하는 계절.
끝이 아니라 쉼표가 되어
내일의 새순을 기다린다.
서리 내린 들녘을 지나며
사람은 사람의 온기로 겨울을 견딘다.
한 해를 다독이며 깊어지는 이름,
입동은 가장 따뜻한 겨울의 첫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