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落葉)
한때는 가장 높은 곳에서 태양을 마주하며
초록의 함성으로 여름을 버티어 냈습니다.
뜨거운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생을 틔우던 치열했던 날들.
화려한 초록의 외투를 벗어 던지고
가장 고독한 색으로 스스로를 물들입니다.
붉게 타오르다 못해 바스락거리는 마른 갈색이 되어
제 몸을 내어주기 위한 숭고한 준비입니다.
나무의 손을 놓고 바닥으로 향함은
추락이 아니라, 대지를 향한 가장 낮은 비행입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바스락' 소리는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짧은 고백이며,
다시 돌아올 봄을 위해 기꺼이 썩어지겠다는 약속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비로소 가장 넓은 품을 가지게 된
아름다운 계절의 마침표, 낙엽입니다.